종례가 끝나고 오늘도 오후 4시대의 전철에 올라탔다. 이곳은 전철이 한 시간에 한 대뿐인 시골 마을이라 하교 시간이 겹치는 이들의 얼굴은 자연스레 익숙해진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다카하시가 부정 승차로 정학당했대. 개찰구 뛰어넘는 걸 택시 기사가 보고 신고했다더라고.
진짜? 어이없다.
한산한 열차 안에 낯선 남고생 둘의 대화가 울려 퍼졌다. 출발 안내가 나오자 전철은 평소와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 대체 뭐하고 있는 거지?
왼손 손가락 세 개를 경동맥에 대자 격렬한 고동이 느껴졌다. 되돌릴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지만 나는 모두 거부했다. 어리석고 승산 없는 프로젝트지만, 시작할 각오는 된 듯하다.
반도 남단에 위치한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유명한 역. 그 한산함은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온몸으로 전해졌다. 역 앞에는 고요한 공원이 붙어 있었는데, 풍화되어 애꾸눈이 된 판다와 피를 흘리는 듯 보이는 토끼 놀이기구가 무성한 잡초에 파묻혀 있었다. 해가 떠 있을 때는 그나마 괜찮아도, 밤에 이곳을 지나간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오싹했다.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고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바다 옆의 큰 길을 잠시 걸으니 작은 표식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이 길만 돌면 오늘의 목적지다. 강한 바닷바람이 재촉이라도 하듯 내 등을 떠밀었다.
세이난 테네리타스 여학교.
위압적인 교문이 나를 내려다보는 듯해, 나도 질세라 노려봐 주었다. 베르사유 풍으로 조각된 명판에도 인사 대신 발길질로 한 방 먹여 주었다. 사전에 구글 스트리트뷰로 수위실이 없는 걸 확인했는데, 역시나 경비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립 여학교가 아무런 장애물 없이 교문 통과를 허락할 만큼 만만할 리 없었다.
저기, 거기서 뭐하는 거죠?
저요?
여기, 당신 말고 또 누가 있나요?
주위를 둘러보니 확실히 아무도 없었다. 흰색 교복 상의를 입은 여학생은 마치 구멍 뚫린 양말을 보듯 혐오 섞인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며 다가왔다. 거만하게 팔짱을 낀 채 한 발 한 발 거리를 좁혀 왔다.
우리 학교엔 무슨 일이죠?
그냥 좀 들렀을 뿐이에요.
이런 벽지까지 용건도 없이 왔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
의심을 사지 않게 솔직히 말해야 하나 싶었지만, 말한다고 해서 순순히 이해해줄 상대 같지도 않았다.
트라페지움(Trapezium) : 오리온성좌에 있는 사다리꼴 모양의 성단
キセル 담뱃대, 부정 승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