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작가 형사 부스지마의 폭언

 


미소녀가 등장했다.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하늘거리는 머리카락. 보자마자 매료되는 에메랄드 눈동자. 거만하게 내려다 보는 시선으로 모두를 내려다본다.

내가 누군지 알고 무례하게 구는 건가!?

당신이 누군데!?

스스로 말해야 하다니 어이없네. 난 훨씬훨씬 유명한 줄 알았는데 말야.

미소녀는 날렵한 턱을 들고 거만하게 말했다.

현존 유일한 명탐정, 이자요이 아이라!!

그 순간, 그곳에 있던 이들이 일제히 엎드린다.

저 분이 그!! 전설의!! 미소녀 명탐정!?

형편없다. 겨우 몇 장 훑어봤을 뿐이지만, 다몬 노리히라(多門紀平)는 원고에서 고개를 들었다. 한 장에 '거만한'이라는 단어가 중복되고, 눈에 거슬릴 정도로 지시어가 빈번하게 나온다. 물음표와 느낌표의 남용은 마치 만화 원작을 보는 듯하다. 글쓴이는 미스터리 계열의 신인상에 응모할 생각으로 집필했지만 예심위원은 도입부만 읽고 원고를 던져버릴지도 모른다. 아니, 미스터리라는 전제라면 도입부의 치졸함이 트릭을 위한 복선일 수도 있어 마지막까지 읽어야 한다. 다몬은 이 원고를 끝까지 읽어야 하는 예심위원이 불쌍해졌다.

제일 큰 문제는 캐릭터다. 전형적이라느니 리얼리티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이자요이 아이라는 인기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다.
다른 작품의 캐릭터를 등장시킨 시점에서 그것은 이미 오리지널이 아니라 2차 창작이 되어 버린다. 다몬도 몇 번이나 경고를 거듭하고 있지만 당사자는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 글은 수강생 조커 니시노가 썼다. 스토리 구성은 봐 줄 법하지만, 매회 이자요이 아이라를 등장시켜 제대로된 소설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선생님. 이자요이 아이라는 원래 제가 만들려고 했던 캐릭터였어요. 제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 조금 늦었을 뿐이라고요.

니시노의 이자요이 아이라에 대한 편애는 상당한 수준이라 다몬도 이길 수 없다. 본인은 '작품에 대한 강한 애착'이라고 항변하지만, 단지 바보일 뿐이다. 또다시 같은 주의를 해야 하나 다몬은 한숨을 내쉬었다.